<제16 능정업장분> -2

사실은 전생의 죄업이라는 것도 금생에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으로 그 죄업이 소멸하는 것도 모두 그림자의 일입니다.
본 뜻은 온갖 일들이 다 있지만 본래 아무일도 없는 도리를 일러주는 말씀입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말씀에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야 하느니라”

금강경오가해의 야부스님은 이렇게 게송으로 풀이하십니다.

인지이도(因地而倒)
인지이기(因地而起)
지향이도십(地向爾道什)

"우리는 땅에서 넘어지면 (인지이도)
그 땅이 원망스럽고 혹은 두렵지만
그러나 그 땅을 딛고서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인지이기) "

우리 현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말로서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고 용기를 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음 구절에서 우리를 다시 멍 하게 만드는 야부스님의 촌철살인같은 한마디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땅이 너한테 뭐라고 하더나?
(지향이도십)"

구름 뒤 밝은 태양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본래 그렇게 변함없이 늘 광명을 비추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텅 빈 허공처럼 모양을 알 수 없지만 인연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불가사의한 지혜의 작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창밖에서 문득 차가 지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에서 바로 나의 존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말이 가리키는 바를 통하게 될 때 전생의 죄업이 소멸되고 참마음 진실한 나의 본래면목을 깨닫게 되니 이것이 바로 금강경 마음공부의 불가사의한 공덕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미 그 속에 해답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불편한 상황이나 인간관계를 맞닥들여 그것을 풀지 못하고 피하여 도망가는 것이 최선일듯 하지만 다음에 또 같은 경우를 만나면 여전히 똑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앞에 닥친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이 나를 오히려 공부시키는 인연으로 삼아야 합니다. 나의 기도를 더욱 간절하게 이끄는 역행보살로 오히려 고마운 스승으로 삼을 때 비로소 나의 지혜가 증장하고 복덕이 구족하게 될 것입니다.

내 생각이 맞고 너는 틀리고, 이건 이렇게 해야만 하고 저건은 저렇게 해야만 한다는 온갖 분별들...
그 한 쪽을 취하고 다른 한쪽은 밀어내 버리려는 이런 온갖 판단과 생각들은 수시로 변하는 물결과 같이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입니다.

변할수 있다는 것은 진실하지 못합니다.
그렇듯 우리의 생각이란 놈은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역시 나의 생각 감정들도 온전하지 않습니다.

생각은 무상하여 변하니 허망하고
감정은 무상하여 변하니 허망하고
느낌은 무상하여 변하니 허망합니다.

허망한 것은 헛개비 공(空)한지라
집착하여 쥘 것이 없는 놈인줄을
철저히 깨닫는 것이 금강경 공부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온갖 모양과 이름의 차별된 모습으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모두는 무상하여 변하는 것들로 참마음 허공 거울위에 비치는 헛개비일 뿐임에 밝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참마음거울 바탕에 온갖 인연으로 오고 가지만 진실한 거울바탕인 나는 본래 아무일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으로 선세죄업이 소멸하는 금강경 마음공부를 통한 업장소멸입니다.

날마다 좋은날이니 안심하십시요. ㅎ
본래 아무일 없습니다.

내마음 관세음
날마다 좋은날

백중 우란분절기도 입재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