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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지 성관스님 작성일2026.03.30 조회289회 댓글0건

본문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집성제(集聖諦) -3

책상 위에 컵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나는 여기 있고
컵은 내 앞에 따로 있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십시오.

우리가 “저것이 컵이다”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컵 하나만 따로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컵이 보이기 위해서는
책상도 있어야 하고,
공간도 있어야 하고,
빛도 있어야 하고,
컵이 아닌 모든 배경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컵 하나는 컵 아닌 모든 것과 함께 있을 때만 비로소 컵으로 드러납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법(緣起法)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차유고피유 차생고피생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기대어 일어나고,
서로 관계 속에서 드러납니다.

그래서 하나를 보면
그 안에 이미 전체가 들어 있고,
전체를 보면
그 안에 하나가 스며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연기즉공(緣起卽空)이라 합니다. 연기이기 때문에 공하고,
공하기 때문에 서로 막힘 없이 통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주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그렇다면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늘 ‘나’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믿고 살아갑니다.

내 생각, 내 감정, 내 판단,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서
“이것이 나다” 하고 붙잡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고 하는 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정된 실체가 아닙니다.

생각은 계속 바뀌고,
감정도 계속 바뀌고,
몸도 계속 변합니다.

붙잡을 만한 하나의 중심이
사실은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무아(無我)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집성제(集聖諦)의 가르침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괴로움은 어디에서 생겨납니까.

연기하는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그 안에서 따로 떨어진 ‘나’를 세워
거기에 집착할 때
괴로움은 시작됩니다.

본래는 나와 대상이 둘이 아닌 한바탕인데,
우리는 그 가운데서
‘나’와 ‘저것’을 갈라 세웁니다.

그리고 그 위에 좋다, 싫다를 붙입니다.
나에게 이로운 것은 붙잡고,
나에게 불리한 것은 밀어냅니다.

바로 이때입니다.
연기하는 세계 위에
‘고정된 나’라는 중심이 세워지고,
그 중심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 취사심(取捨心)이 바로
괴로움을 모아들이는 힘,
곧 집성제의 핵심입니다.


일요일 어제 아침 일찍부터 신도회의 공덕회와 불대동문들께서 마당등 설치와 범어사 300명 성지순례 오신 분들 공양준비 그리고 법당 안내와 연등접수등 각 처소에서 열심히 봉사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차인연 공덕으로 업장은 소멸되고 복록은 증장하시길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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