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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지 성관스님 작성일2026.04.15 조회290회 댓글0건

본문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집성제(集聖諦) -6

걸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 (2)

봄기운이 문득 마음을 건드리는 날입니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가볍습니다.
이처럼 모든 것은 잠시 머물다 지나갑니다.
오늘 우리는 그 ‘지나가는 것들’ 속에서
과연 무엇이 ‘나’입니까?

《반야심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오온이 모두 공함을 깨달으면, 일체의 괴로움을 건넌다.”

우리는 흔히
이 몸이 나라고,
이 감정이 나라고,
이 생각이 나라고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 모든 것은 다만
잠시 인연 따라 ‘걸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이 몸, 색(色)을 한번 보십시오.
젊었다가 늙고, 건강했다가 병들고,
결국은 사라져 갑니다.
이 몸이 ‘나’라면,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몸이 내가 아님을 밝히면,
늙음도 병듦도 죽음도
억지로 밀어내야 할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느낌, 수(受)도 그렇습니다.
기쁨이 왔다가 슬픔이 오고,
좋았다가 싫어집니다.

이것이 나라면,
나는 늘 흔들리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내가 아님을 알면
붙잡지 않습니다.
다만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조용히 경험할 뿐입니다.

생각, 상(想)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다르고,
나의 생각과 남의 생각이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내 생각이 곧 나다”라고 착각하며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딪힙니다.

생각이 내가 아님을 알면,
비로소 타인의 생각도
있는 그대로 허용할 수 있게 됩니다.

욕망, 행(行)을 보십시오.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마음.
그것에 끌려가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욕망이 된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욕망 또한 내가 아님을 알면,
그것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욕망 위에 서서
바로 설 수 있게 됩니다.

알음알이, 식(識)도 그렇습니다.
“나는 안다”는 생각,
그것이 쌓이면
어느새 남을 가르치려 하고,
무시하려는 마음까지 생깁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아님을 알면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겸손해집니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것을 걸치고 살아갑니다.

몸을 걸치고,
감정을 걸치고,
생각을 걸치고,
욕망과 앎까지도 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계절에 따라 갈아입는 옷과도 같습니다.

추우면 두껍게 입고,
더우면 가볍게 벗듯이,
인연에 따라 잠시 입었다가
때가 되면 놓아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옷을 ‘나’라고 착각하여
벗지 못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은 다시 말씀합니다.

“無罣礙故 無有恐怖 遠離顛倒夢想”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걸림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고,
뒤집힌 허망한 생각에서 벗어난다.

붙잡고 있지 않으면
걸릴 것이 없습니다.
걸림이 없으면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나입니까?”

이 몸도 아니고,
이 느낌도 아니고,
이 생각도 아니고,
이 욕망도 아니고,
이 앎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나’입니까?

그 물음 앞에서
달마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不識(불식)”
“모르겠습니다.”

또 《금강경오가해》에서는 말합니다.

“古佛未生前 凝然一相圓
고불미생전 응연일상원
釋迦猶不會 迦葉豈能傳”
석가유불회 가섭기능전

옛 부처 나기 전부터
이미 원만히 드러나 있었으되,
석가도 다 알지 못했고
가섭도 전할 수 없었다.

보이는 것도 아니고,
잡히는 것도 아니며,
생각으로 헤아릴 수도 없는 것.

그러나 분명히 지금 이 자리에서
보고 있고, 듣고 있고, 알아차리고 있는
그 바탕.

그것이
이름 붙일 수 없는
본래의 자리입니다.

(잠시 고요히 멈춥니다)

이 뭣고?

(말없이 팔을 들어
허공에 한 줄을 그어 봅니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
잡히지 않지만 늘 함께하는 것.

그 자리를 향해
오늘도 조용히 돌아봅니다.

내 마음 관세음.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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