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밴드글 (2026-03-17) > 네이버밴드

네이버 밴드글 (2026-03-17) > 네이버밴드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네이버 밴드글 (2026-03-17) > 네이버밴드
HOME네이버 밴드글 (2026-03-17) > 네이버밴드

네이버 밴드글 (2026-03-17)


페이지 정보

작성자 주지 성관스님 작성일2026.03.17 조회287회 댓글0건

본문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 8

-바다 속에서 물을 찾는 사람
옛 선지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재해중휴멱수(身在海中休覓水) 일행령상막심산(日行嶺上莫尋山)

몸이 이미 바다 속에 있으면서 물을 찾지 말고, 날마다 산봉우리를 다니면서 산을 찾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바다 속에 있으면서 물을 찾는다니,
산 위에 서 있으면서 산을 찾는다니,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싶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우리 삶을 돌아보면,
그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일 때가 많습니다.

깨끗한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는
자기가 물속에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늘 그 안에서 헤엄치고 쉬고 살지만
물이라는 존재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그렇습니다.
늘 함께 있는 부모님의 사랑,
늘 밥상에 올라오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집이라는 공간,
건강한 몸과 평범한 하루.
그 모든 것 속에서 살면서도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제가 군법사로 있을 때
신병교육대에서 법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훈련병들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들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뭔가?”
대답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훈련병은
“어머니 목소리 한번 듣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어머니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먹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이는
“집에 가고 싶습니다.”
어떤 이는
“애인이 보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참 소박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군대에 오기 전에는
그 모든 것들이 늘 곁에 있던 것들입니다.
부모님 곁에 있을 때는
잔소리 듣기 싫다며 문을 쾅 닫고 나가던 아이가 군대에 와서는 그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반찬투정을 하던 아이가
이제는 “어머니 김치찌개가 먹고 싶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집에 있기 답답하다며 밖으로만 나돌던 아이가 이제는 그 집이 그립다고 합니다.

왜 함께 있을 때는 몰랐을까요.
아마도 우리가 늘 바다 속에 살면서
물을 찾는 사람처럼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있을 때는 모르고
잃고 나서야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삶의 괴로움을 말할 때
먼저 고성제(苦聖諦)를 이야기합니다.

삶에는 온갖 괴로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괴로움은 우리에게 불행을 주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려는 종소리와도 같습니다.

물이 끊겨 며칠 단수를 겪어보아야
비로소 물의 소중함을 알고,
병을 앓아보아야
건강의 고마움을 알고,
일을 잃어보아야
평범한 직장의 귀함을 알게 되듯이,

괴로움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감각을 다시 일깨워 줍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괴로움을 성스러운 진리리고 까지 말씀 하셨습니다.
괴로움은 업이 줄어드는 자리이기도 하고,
마음이 깨어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괴로움은 벌이 아니라 정화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고통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아, 내가 지금 바다 속에서
물을 찾고 있었구나.”

그리고 또 하나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의상 스님의 법성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초발심시변정각
(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마음을 낼 때 이미 그 안에 깨달음이 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부모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애야,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때의 마음은 욕심도 계산도 없습니다.
그저 사랑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성적을 걱정하고, 앞날을 걱정하고
말 안 듣는다고 속상해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처음 그 마음을 다시 떠올려보면
가슴이 조금 조용해집니다.
그 마음이 바로 초발심입니다.

처음의 마음.
그 마음 속에는
이미 사랑도 있고
지혜도 있고
깨달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지식은 말합니다.
우리는 바다 속에서 물을 찾고,
산 위에서 산을 찾으며
삶을 헤매고 있다고.

그러니 멀리 찾지 말라고.
지금 곁에 있는 것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지금 이 숨 쉬는 순간 속에
이미 삶의 귀함이 있고
행복이 있고
깨달음의 길이
조용히 놓여 있다고.

내마음 관세음
날마다 좋은날

band images

band images

band images


계룡산 신원사주소. 충남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동길 1 (우)32619 전화. 041-852-4230

COPYRIGHT © 계룡산 신원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