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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지 성관스님 작성일2026.08.21 조회0회 댓글0건본문
아름다운 계룡산 신원사의 사계
-공주 기록화가 김영주님
계룡산 신원사의 사계
— 마음도 쉬어 가는 곳
계룡산 깊은 품에 안긴 신원사에는
계절마다 기다려지는 풍경이 있습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하얀 매화가 산사의 봄을 깨웁니다.
아직 계룡산 자락에는 겨울의 찬 기운이 조금 남아 있는데,
어느 날 문득 하얀 꽃망울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경내에는 은은한 매화 향기가 가득 번집니다.
꽃은 작고 소박한데 그 향기는 참 멀리도 갑니다.
전각을 돌아 걷다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매화 향기 한 줄기 스치면
바쁘던 발걸음도 저절로 느려집니다.
매화가 봄의 문을 열고 나면
이번에는 오랜 노목 벚나무들이 기다렸다는 듯 꽃을 피웁니다.
세월의 무게에 굵어진 가지를 축 늘어뜨린 채
그 가지마다 연분홍 벚꽃을 한가득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래 산 나무가 늙은 것이 아니라
세월만큼 더 많은 꽃을 품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바람이라도 한 번 지나가면
꽃잎이 산사 마당으로 눈처럼 흩날립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 봄이구나.
올해도 내가 이 봄을 보고 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지는 곳이 신원사의 봄입니다.
봄꽃이 물러가고 계룡산의 녹음이 짙어지면
신원사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대웅전 곁에는 긴 세월 이 도량을 지켜온
600년 배롱나무가 분홍빛 꽃을 피웁니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수백 번의 봄과 여름,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고도
다시 꽃을 피우는 고목 앞에 서면 사람의 백 년 세월도 잠시 작아집니다.
거칠어진 나무껍질과 굽어진 가지 끝에서
그토록 곱고 화사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나이 든다는 것이 반드시 시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 견딘 것에는 오래 견딘 것만의 꽃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의 신원사에는 연꽃이 피어납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한 송이 한 송이 맑은 얼굴을 들어 올린 연꽃들이
고요한 산사를 장엄합니다.
진흙 속에 뿌리를 두고도
꽃에는 진흙 한 점 묻히지 않는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청정한 마음이
멀리 경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피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여름의 신원사는 화려하면서도 고요합니다.
배롱나무의 분홍빛과 연꽃의 청아함,
짙어진 계룡산 숲과 오래된 전각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불화처럼 펼쳐집니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지면
신원사에는 또 하나의 정겨운 풍경이 생깁니다.
감나무에 주렁주렁 익은 감을 따는 날입니다.
잘 익은 감을 하나하나 따서
껍질을 곱게 깎아 줄에 꿰고,
햇볕이 잘 드는 벽수선원 옆 벽에 줄줄이 내어 겁니다.
주황빛 감들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나란히 매달려 있는 모습은
어떤 화려한 장식보다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지나는 사람마다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춥니다.
계룡산의 햇살이 감을 말리고,
가을바람이 감을 어루만지고,
시간이 떫은맛을 빼내어 달콤한 곶감으로 만들어 갑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이치도 그와 닮았습니다.
처음에는 떫었던 인연도 세월을 지나며 부드러워지고,
견디기 힘들었던 일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마음 한편에 깊은 맛으로 남는 때가 있습니다.
가을의 신원사는 그렇게
시간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겨울.
눈이 내리는 날이면
계룡산과 신원사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됩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이
산봉우리와 소나무 가지를 덮고,
전각의 기와지붕에도 소복이 내려앉습니다.
그중에서도 눈 내린 중악단 앞에 서면
잠시 현실의 세상을 떠나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중악단과
하얗게 눈 덮인 계룡산,
눈을 이고 선 소나무와 고요한 산사의 지붕들….
세상의 소란이 모두 눈 속에 묻혀버린 듯
참으로 고요하고 포근합니다.
마치 극락세계 한 자락을 이 산속에 살며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입니다.
그 앞에서는
무엇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누구를 이겨야겠다는 마음도,
어제 서운했던 일도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신원사의 사계가 아름다운 까닭은
꽃이 많고 산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매화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늘어진 노목의 벚꽃 아래에서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여름에는 육백 년 배롱나무 아래에서
내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고,
연꽃 앞에서는 흐려진 마음을 한번 씻어보고,
가을에는 벽수선원 담벼락에 줄줄이 걸린 곶감을 바라보며
삶도 천천히 익어가는 것임을 배우고,
겨울에는 눈 덮인 계룡산과 중악단 앞에서
잠시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해져 보는 곳.
그곳이 계룡산 신원사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마음이 지치는 날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지치는 날도 있고,
일에 지치는 날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허전한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 너무 애써 괜찮은 척하지 마십시오.
계룡산 신원사에 오셔서
천천히 한번 걸어보십시오.
꼭 무엇을 빌지 않아도 좋습니다.
꼭 무슨 답을 얻어가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매화 향기 한번 맡고,
늙은 벚나무 아래 잠시 서보고,
육백 년 배롱나무를 한번 올려다보고,
연꽃 곁에서 마음을 쉬었다가,
가을이면 햇살 아래 익어가는 곶감도 바라보십시오.
겨울이라면
눈 덮인 중악단 앞에 가만히 서 계셔도 좋습니다.
산은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꽃도 왜 힘드냐고 묻지 않습니다.
바람도 무엇을 잘못했느냐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말없이 곁을 내어줍니다.
어쩌면 지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긴 위로보다
잠시 아무 말 없이 머물 수 있는 한 자락의 풍경인지도 모릅니다.
봄에는 꽃으로,
여름에는 연꽃과 짙은 녹음으로,
가을에는 익어가는 감과 따뜻한 햇살로,
겨울에는 하얀 눈과 깊은 고요로
신원사는 언제나 한자리를 내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힘든 날에도 오십시오.
마음이 좋은 날에도 오십시오.
아무 까닭 없이 그냥 걷고 싶은 날에도 오십시오.
계룡산은 말없이 품어주고,
신원사는 조용히 자리를 내어줄 것입니다.
잠시 쉬었다 가셔도 좋습니다.
꽃 한 송이 바라보다 가셔도 좋고,
바람 한 자락 맞으며 앉아 있다 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
처음 이 산문을 들어설 때보다
마음의 짐 하나만 조금 가벼워졌다면,
그것으로 신원사의 사계는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 것입니다.
내마음 관세음
날마다 좋은날










-공주 기록화가 김영주님
계룡산 신원사의 사계
— 마음도 쉬어 가는 곳
계룡산 깊은 품에 안긴 신원사에는
계절마다 기다려지는 풍경이 있습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하얀 매화가 산사의 봄을 깨웁니다.
아직 계룡산 자락에는 겨울의 찬 기운이 조금 남아 있는데,
어느 날 문득 하얀 꽃망울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경내에는 은은한 매화 향기가 가득 번집니다.
꽃은 작고 소박한데 그 향기는 참 멀리도 갑니다.
전각을 돌아 걷다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매화 향기 한 줄기 스치면
바쁘던 발걸음도 저절로 느려집니다.
매화가 봄의 문을 열고 나면
이번에는 오랜 노목 벚나무들이 기다렸다는 듯 꽃을 피웁니다.
세월의 무게에 굵어진 가지를 축 늘어뜨린 채
그 가지마다 연분홍 벚꽃을 한가득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래 산 나무가 늙은 것이 아니라
세월만큼 더 많은 꽃을 품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바람이라도 한 번 지나가면
꽃잎이 산사 마당으로 눈처럼 흩날립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 봄이구나.
올해도 내가 이 봄을 보고 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지는 곳이 신원사의 봄입니다.
봄꽃이 물러가고 계룡산의 녹음이 짙어지면
신원사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대웅전 곁에는 긴 세월 이 도량을 지켜온
600년 배롱나무가 분홍빛 꽃을 피웁니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수백 번의 봄과 여름,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고도
다시 꽃을 피우는 고목 앞에 서면 사람의 백 년 세월도 잠시 작아집니다.
거칠어진 나무껍질과 굽어진 가지 끝에서
그토록 곱고 화사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나이 든다는 것이 반드시 시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 견딘 것에는 오래 견딘 것만의 꽃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의 신원사에는 연꽃이 피어납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한 송이 한 송이 맑은 얼굴을 들어 올린 연꽃들이
고요한 산사를 장엄합니다.
진흙 속에 뿌리를 두고도
꽃에는 진흙 한 점 묻히지 않는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청정한 마음이
멀리 경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피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여름의 신원사는 화려하면서도 고요합니다.
배롱나무의 분홍빛과 연꽃의 청아함,
짙어진 계룡산 숲과 오래된 전각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불화처럼 펼쳐집니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지면
신원사에는 또 하나의 정겨운 풍경이 생깁니다.
감나무에 주렁주렁 익은 감을 따는 날입니다.
잘 익은 감을 하나하나 따서
껍질을 곱게 깎아 줄에 꿰고,
햇볕이 잘 드는 벽수선원 옆 벽에 줄줄이 내어 겁니다.
주황빛 감들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나란히 매달려 있는 모습은
어떤 화려한 장식보다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지나는 사람마다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춥니다.
계룡산의 햇살이 감을 말리고,
가을바람이 감을 어루만지고,
시간이 떫은맛을 빼내어 달콤한 곶감으로 만들어 갑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이치도 그와 닮았습니다.
처음에는 떫었던 인연도 세월을 지나며 부드러워지고,
견디기 힘들었던 일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마음 한편에 깊은 맛으로 남는 때가 있습니다.
가을의 신원사는 그렇게
시간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겨울.
눈이 내리는 날이면
계룡산과 신원사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됩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이
산봉우리와 소나무 가지를 덮고,
전각의 기와지붕에도 소복이 내려앉습니다.
그중에서도 눈 내린 중악단 앞에 서면
잠시 현실의 세상을 떠나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중악단과
하얗게 눈 덮인 계룡산,
눈을 이고 선 소나무와 고요한 산사의 지붕들….
세상의 소란이 모두 눈 속에 묻혀버린 듯
참으로 고요하고 포근합니다.
마치 극락세계 한 자락을 이 산속에 살며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입니다.
그 앞에서는
무엇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누구를 이겨야겠다는 마음도,
어제 서운했던 일도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신원사의 사계가 아름다운 까닭은
꽃이 많고 산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매화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늘어진 노목의 벚꽃 아래에서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여름에는 육백 년 배롱나무 아래에서
내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고,
연꽃 앞에서는 흐려진 마음을 한번 씻어보고,
가을에는 벽수선원 담벼락에 줄줄이 걸린 곶감을 바라보며
삶도 천천히 익어가는 것임을 배우고,
겨울에는 눈 덮인 계룡산과 중악단 앞에서
잠시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해져 보는 곳.
그곳이 계룡산 신원사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마음이 지치는 날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지치는 날도 있고,
일에 지치는 날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허전한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 너무 애써 괜찮은 척하지 마십시오.
계룡산 신원사에 오셔서
천천히 한번 걸어보십시오.
꼭 무엇을 빌지 않아도 좋습니다.
꼭 무슨 답을 얻어가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매화 향기 한번 맡고,
늙은 벚나무 아래 잠시 서보고,
육백 년 배롱나무를 한번 올려다보고,
연꽃 곁에서 마음을 쉬었다가,
가을이면 햇살 아래 익어가는 곶감도 바라보십시오.
겨울이라면
눈 덮인 중악단 앞에 가만히 서 계셔도 좋습니다.
산은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꽃도 왜 힘드냐고 묻지 않습니다.
바람도 무엇을 잘못했느냐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말없이 곁을 내어줍니다.
어쩌면 지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긴 위로보다
잠시 아무 말 없이 머물 수 있는 한 자락의 풍경인지도 모릅니다.
봄에는 꽃으로,
여름에는 연꽃과 짙은 녹음으로,
가을에는 익어가는 감과 따뜻한 햇살로,
겨울에는 하얀 눈과 깊은 고요로
신원사는 언제나 한자리를 내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힘든 날에도 오십시오.
마음이 좋은 날에도 오십시오.
아무 까닭 없이 그냥 걷고 싶은 날에도 오십시오.
계룡산은 말없이 품어주고,
신원사는 조용히 자리를 내어줄 것입니다.
잠시 쉬었다 가셔도 좋습니다.
꽃 한 송이 바라보다 가셔도 좋고,
바람 한 자락 맞으며 앉아 있다 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
처음 이 산문을 들어설 때보다
마음의 짐 하나만 조금 가벼워졌다면,
그것으로 신원사의 사계는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 것입니다.
내마음 관세음
날마다 좋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