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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지 성관스님 작성일2026.04.12 조회295회 댓글0건

본문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집성제(集聖諦) -5

空生大覺中 如海一漚發
공생대각중 여해일구발
有漏微塵國 皆從空所生
유루미진국 개종공소생
漚滅空本無 況復諸三有
구멸공본무 황부제삼유
- <능엄경>

허공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그 텅 빈 자리에서 모든 것이 일어납니다.

마치 고요한 바다 위에
어느 순간 물거품 하나가 일어나는 것처럼,
이 넓은 우주와 수많은 세계들도
참마음이라는 깊고 맑은 바탕에서
잠시 피어났다 사라지는 모습일 뿐입니다.

空生大覺中 如海一漚發
(공생대각중 여해일구발)
큰 깨달음의 바다 가운데서
한 점 물거품이 일어나듯이.

우리는 그 물거품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안에는 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기쁨과 슬픔, 얻고 잃는 온갖 일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붙잡고, 애쓰고, 때로는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은 한순간 일어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꿈과도 같습니다.

有漏微塵國 皆從空所生
(유루미진국 개종공소생)
이 수많은 세계와 인연들도
결국은 허공을 의지해 생겨난 것일 뿐입니다.

허공 위에 구름이 떠오르듯,
참마음이라는 맑은 거울 위에
인연 따라 온갖 모습들이 스쳐 갑니다.

왔다가 머물고,
머물다가 흩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흩어질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사라질 것을 영원한 것처럼 여기고,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믿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늘 분주하고,
놓아야 할 것을 쥐고 살아가느라
스스로를 힘들게 합니다.

漚滅空本無 況復諸三有
(구멸공본무 황부제삼유)
물거품이 꺼지면
그것을 담고 있던 허공마저도 본래 없거늘,
하물며 그 위에 세워진 삶들이
어찌 참되다 하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붙들고 있던 많은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중생은 이 꿈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익혀온 업력에 이끌려
다시 태어나고, 다시 집착하고,
다시 괴로워하며
윤회의 길을 되풀이합니다.

그렇게 흘러가던 삶 속에서
어느 날, 인연이 닿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문득 알아차립니다.

“아,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나는 이 모든 것과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었구나.”

그 순간,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근심과 걱정이
조금씩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마치 깊은 꿈속에서
잠꼬대를 하다가
조용히 눈을 뜨는 것처럼.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인데,
마음 하나가 달라지니
그 모든 것이 전과 같지 않습니다.

붙잡지 않아도 되고,
밀어내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 자리에서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괴로움이
실은 한바탕 꿈결 같은 일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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