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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지 성관스님 작성일2026.04.20 조회303회 댓글0건

본문

무주상보시, 흔적 없이 흐르는 마음

요즘 신원사 도량 내에 차를 주차하지 않기에 무심히 지나는 바람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더 맑게 들리는 듯해서 기분좋습니다.

무주상보시라는 말을 합니다.
무심한 새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더운 날씨에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그렇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가리는 나무그늘도 머뭄없는 베품인 무주상보시입니다.

우리는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고자 노력합니다.
보시를 하고, 봉사를 하고,
남을 돕고, 도량을 위해 애씁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마음 안에 묘한 그림자가 하나 따라붙기 쉽습니다.

보시를 하면서도
이름을 남기려 하고,
봉사를 하면서도
사람을 모으려 하고,
수행을 하면서도
세력을 만들려 합니다.

그 생각은 아주 작게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채우고,
마침내는 사람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는 말없이 자비를 실천하고,
누군가는 점점 앞에 서려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밝혀 두셨습니다.
應無所住而行布施
(응무소주이행보시)
— 『금강경』

머무는 바 없이 보시하라.
이 한 구절은 짧지만 깊습니다.

머문다는 것은
결국 나를 세우는 일입니다.

보시를 하면서 ‘나’에 머무르면
그 보시는 이미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흔히 보시를 하면 공덕이 쌓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 공덕조차 붙잡지 말라고 하십니다.

주는 나도 없고,
받는 이도 없으며,
주는 것 또한 공하다는 것.

그때 비로소 그 보시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맑게 흘러갑니다.

수행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몸으로 조용히 돕고,
말로 다투지 않으며,
마음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이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이미 삼업을 맑히는 길입니다.

조용히,
묵묵히,
흔적 없이 가야 합니다.
보시를 하되
보시한 줄 모르고,
봉사를 하되
한 일을 남기지 않는 것.
그 길이
가장 맑은 길이고,
가장 평안한 길이기에
부처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입니다.

말없이 하는 봉사는
몸(신)을 맑히고,
쓸데없는 말 한마디를 줄이는 것은
말(구)을 맑히며,
공덕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은
생각(의)을 맑힙니다.

이 세 가지가 고요히 이어질 때
업장은 소리 없이 녹아내립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묘하게
늘 반대의 방향으로 흐르려 합니다.

좋은 일을 하면서
편을 나누고,
편이 나뉘면
그 안에서 다툼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도량을 위해서”라는 말로 시작되지만,
끝에 가서는
“누가 중심인가”라는 문제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때 이미 수행은 사라지고 번뇌만 남습니다.
분란은 밖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늘 마음 안에서
조용히 싹이 틉니다.

“내가 더 옳다.”
“내가 더 애썼다.”
“왜 나를 인정하지 않는가.”

그 생각 하나가 사람들을 갈라놓고,
도량을 흔들고, 마침내는 결국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말없이 자비를 실천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가.

누가 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조용히, 바르게, 흔적 없이.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 내 기도와 자비실천의 길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신구의 삼업을 맑히는 업장소멸이며 복덕을 짓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내마음 관세음 날마다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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