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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지 성관스님 작성일2026.05.06 조회292회 댓글0건

본문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멸성제(滅聖諦) 5

2. 나를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한 사유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동체(萬物與我同體)
— 벽암록

하늘과 땅이 나와 더불어 같은 뿌리이고,
온갖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는 말씀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이 존재는
결코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숨 쉬게 하는 공기,
목을 적시는 물,
따뜻하게 비추는 햇빛,

이 모든 것이 있어야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단순히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한 끼의 밥을 떠올려 보아도 그렇습니다.
밥과 국, 반찬이 내 입에 오르기까지
햇빛과 바람과 비,
그리고 이름 모를 농부의 손길과
수많은 인연들이 함께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나 하나를 이루기 위해
이미 온 우주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이와같이
만남으로 시작하여 만남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만남 속에서 마무리됩니다.
만남이 없다면 살아갈 수도,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행복한 만남이 곧 행복한 삶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존재도 혼자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의 이치입니다.

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차유고피유 차생고피생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바로 존재의 실상이며
우주의 이치이고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한 잔의 커피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 안에는
멀리 브라질의 농부의 땀과
가공 공장의 손길,
바다를 건너오는 배와
그 배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운반하는 수많은 인연이 담겨 있습니다.

종이컵 하나에도
햇빛과 비 그리고 바람과 사람의 손길이 함께합니다.
이 한 잔 속에
이미 온 세계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얽혀 있는 이 관계를
우리는 ‘인드라망’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화엄경에서는
이를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 하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지고
다함이 없이 서로를 이루는 관계입니다.

이 이치를 조금 더 깊이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나 혼자 잘 사는 것으로는
결코 온전한 행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집 안에 한 사람이 아프면
내 마음도 편할 수 없고,
아무 상관없는듯 보였던 이웃 나라의 전쟁과 괴로움도 세상 전체를 안전하지 않게 만듭니다.

길 위에서도
내 차선만 바르게 간다고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나와 너는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나와 이 우주 또한 이미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람과의 만남뿐 아니라
자연과의 만남,
물건과의 만남,
일과의 만남까지도
모두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얼마나 많은 인연이 스며들었는지를
가만히 떠올려 보면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입니다.

의상 스님께서는
법성게에서 말씀하셨습니다.

不守自性隨緣成
(불수자성수연성)

“스스로 고정된 본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따라 이루어진다.”

‘나’라는 것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인연 따라 잠시 드러난 모습일 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모든 관계는
그 자체로 기도이며 수행입니다.

새벽 예불 때 올리는 발원이 있습니다.

聞我名者免三途
(문아명자면삼도)
見我形者得解脫
(견아형자득해탈)

“내 이름을 듣는 이는 삼도의 괴로움을 벗어나고,
내 모습을 보는 이는 해탈을 얻기를.”

이 말씀은 어떤 신비한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편안함이 되고 작은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이렇게 조용히 다짐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만나는 인연마다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내가 머무는 자리마다
조금 더 밝아지기를..

내마음 관세음
날마다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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